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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CE/쿠로바스/엔노아키] 짝사랑하는 너를 짝사랑한다 본문

전력

[DOLCE/쿠로바스/엔노아키] 짝사랑하는 너를 짝사랑한다

YeoWol 2016. 6. 2. 22:59

+ 사와무라 다이치 ← 엔노시타 치카라 ← 드림주 +

+ BL(다이엔노) 언급이 있습니다. +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깨달았던 것은,

 

, 선배를 좋아해.”

 

아이러니하게도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나에게 고백했던 때였다.

 

 

 

  

[ 드림 평일 전력 ; DOLCE ]

제 18회 주제 : 짝사랑하는 너를 짝사랑한다

엔노시타 치카라 x 후지노 아키

 

 

 

 

여름날 아침. 거울 앞에 서서 모습을 가다듬는다. 머리 모양 흐트러진 곳 없음. 옷차림은 언제나대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요즘 날이 더워졌으니까 치맛자락을 조금만 올려본다. 이전과 비슷해서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정도로만, 살짝. 선생님께 걸리면 분명 잔소리를 들을 테니까. 가방을 메고 빵을 입에 물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선다. 보통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보다 이른 시간의 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아침 바람을 맞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학교에 도착해서 향하는 곳은 교실도 육상부 동아리방도 아닌, 배구부가 있는 체육관.

 

체육관에 가까워질수록 공이 바닥에 내리쳐지는 커다란 파열음과 남자아이들의 고함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온다. 언제나 뜨거운 열기. 문을 조금만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훅하니 뜨거운 열기가 새어나온다. . 습하고 더워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다시 안을 바라보고, 그곳에 팔로 땀을 훔치는,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치카라

아키?”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소꿉친구가 곧바로 달려온다. 반가운 듯 팔을 올리다가 땀에 젖은 자신의 상태를 알아채고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 치카라에게 미리 챙겨온 타월을 건네면 가벼운 감사를 하며 그가 받아 땀을 훔친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늦은 아침 인사를 나누며 이곳에 온 목적인, 도시락을 건네준다.

 

아주머니표 아침 도시락이랑... 짜잔, 꿀 레몬!”

와아, 아키가 만든 거야?”

 

아침 일찍 연습을 하는 것 때문에 어머니에게 무리를 시킬 수 없다며 아침을 거르겠다는 치카라. 그런 그를 위해 매일 아침 치카라네 집에 들러서 도시락을 받아 전해주는 것이 나의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몇 년을 봐 온 소꿉친구니까 괜찮다며 맡은 역할은 치카라에게 좀 더 특별한 존재이고 싶다는 나의 조그만 비밀. 최근 연습으로 저녁에 녹초가 되어 들어온다는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신경이 쓰여 만들어 온 꿀 레몬을 같이 건네면 치카라가 타파를 열어보고 반가운 얼굴을 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등 뒤에서 뻗어오는 팔 하나.

 

, 이건 또 웬 맛있어 보이는 꿀 레몬이야?”

, 주장?!”

안녕하세요, 다이치 선배.”

안녕 아키. 오늘도 수고가 많구나.”

 

치카라의 어깨에 팔을 두른 다이치 선배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면 다이치 선배가 묻는다. 꿀 레몬, 아키가 만들어 온 거야? 긍정의 의미를 담아서 고개를 끄덕이면 기특한 여동생의 성장을 보는 것처럼 큰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우리 아키 다 컸는데시집 보내도 되겠어.”

넉넉하게 담아왔으니까 모두 같이 드세요.”

 

고마워, 잘 먹을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서 다이치 선배가 타파의 꿀 레몬을 하나 집어 들어 입에 넣는다. 우물우물. 입이 몇 번 움직이고서 꿀꺽,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 보인다. 눈을 크게 뜬 선배가 찬사를 한다.

 

, 맛있는데? 치카라, 너도 먹어봐.”

 

. 다이치 선배가 꿀 레몬 한 조각을 집어 그의 입가에 가져간다. 새빨개진 얼굴의 치카라의 눈이 내밀어진 꿀 레몬과 선배의 얼굴을 번갈아보느라 바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고민하던 치카라가 눈을 질끈 감고서 레몬을 받아먹는다. 느릿느릿 입가가 움직이고, 꿀꺽하고 레몬을 삼킨 후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있네요...”

그렇지? ...그런데 너 얼굴이 심하게 빨가네. 연습이 너무 힘들었나?”

 

땀도 많이 흘리는 것 같고. 치카라의 앞머리를 걷고 이마와 이마를 부딪친다. 열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너무 무리를 시켰니? 엄청난 속도로 고개를 휙휙 저으며 저항하는 치카라의 머리를 다이키 선배가 쓰다듬는다. 나에게 할 때처럼 부드럽지 않은,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듯 한 거칠고 센 쓰다듬. 마지막으로 머리를 두어 번 두드리며 선배가 웃는다.

 

조금 쉬고 와. 안쪽 애들한테는 내가 말해 줄 테니까.”

 

...선배는 아마 알지 못했겠지만, 나는 전부 알고 있다. 땀을 많이 흘렸던 것은 선배가 너무 가까운 거리에 밀착해있으니까, 긴장해서. 얼굴이 빨간 것은 선배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자신에게 간식을 먹여주었으니까, 부끄러워서. 더욱 더 붉어진 것은 이마와 이마가 부딪히면서 금방이라도 키스해버릴 만큼 가까이에 얼굴이 있으니까, 놀라서.

 

멀어져가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며 치카라가 천천히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선배가 머리를 쓰다듬은 자리. 선배의 손이 닿은 곳.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 정리하면서 그가 수줍게 웃는다.

 

아아, 그것은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소년.

 

“...좋겠네.”

“....... 기뻐.”

 

정말로 기쁜 듯 수줍게 웃는 그 아이.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목 위까지 차오른 말을 집어삼켰다.

 

 

+

 

 

내가 좋아하는 소꿉친구, 엔노시타 치카라는 사와무라 다이치 선배를 좋아하고 있다.

 

그것은 동경과 비슷하면서, 어렴풋이 다른 그런 종류의 감정. 조금 달콤하면서 쌉싸래한, 사춘기 특유의 풋풋하고 서투른 감정. 동경하는 선배, 존경하는 주장. 그가 알고 있는 한 가장 넓은 등을 가진, 뒤에서 모든 것을 맡기고 따라가고 싶은 사람.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유일한 우상. 옆에 나란히 서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좋으니 가까이에 서고 싶은 사람. 그에게 사와무라 다이치는 아마 그런 사람이 아닐까.

 

, 선배가 좋아.”

 

석양을 등지고서 수줍게. 너는 긴장한 얼굴로 나에게 그 비밀을 고백했다. 그렇구나. 나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을 뿐. 왜 놀라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다. 어쩐지 치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걸까.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고, 비난하지 않는 나를 보며 네가 수줍게 웃었다. 고마워. 나는 너에게 물었다. 선배, 많이 좋아해? 너는 대답했다.

 

. 정말 좋아해.”

 

너는 조금 부끄러운 듯 수줍어하면서, 선배를 떠올리며 노을과 닮은 얼굴로 행복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 한켠에 무언가 무거운 것이 얹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날, 나는 노을을 닮은 너에게 빠져버렸다.

 

 

+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너를 위해 나는 가장 의지가 되는 친구 역할을 떠맡았다. 오랜 시간을 같이 해 온 이성의 소꿉친구.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커밍아웃에 그를 경멸하거나 하지 않고 응원해주는 상냥한 친구. 머뭇거리거나 망설이고 있을 때, 풀 죽어 있을 때에 괜찮다 격려해주고 등을 떠밀어주는 착한 아이. 사소한 것 하나에도 기뻐서 행복할 때, 그 이야기를 웃으며 들어주고 축하해주는, 자신을 가족처럼 좋아하는 여자아이.

 

그것이 네 가장 가까이에 있기 위해서 내가 맡은 역할.

 

아키, 오늘 선배가 말이야

 

사랑을 하는 너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좋아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기분은 날았다 떨어지기를 바쁘게 반복하고, 시선은 언제나 선배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조그마한 접점 하나에도 굉장히 행복한 듯 웃고, 건네받은 간식 하나가 아까워 좀처럼 먹지를 못한다. 너무나도 바쁘게 움직이는 표정이, 감정이 반짝반짝 여러 색으로 빛이 난다.

 

선배와의 약속이 취소되었을 때에는 추욱 늘어지는 짙은 비구름 색깔. 선배가 러브레터를 받았을 때에는 삐쭉빼쭉 날카로운 어두운 붉은색. 선배가 어깨를 두드리며 리시브를 칭찬했을 때에는 통통 가볍게 뛰어오르는 자그마한 주황색. 이름을 불러 받았을 때에는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옅은 분홍색.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변화하는 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다.

 

이것은 보답 받을 길 없는 사랑. 그렇지만 그래도 좋아. 나는 변함없이 사랑을 계속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친한 친구의 역할을 떠맡고서. 가장 예쁜 모습의 치카라의 여러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의 자그마한 사랑을 가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사랑에 빠진 여자아이는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반짝반짝 컬러풀하고 다채로워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고.

 

그렇지만 그것은 분명 남자아이도 마찬가지일거야.’

 

그래서 나는 너에게 반했다.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게 생각해 왔던 소꿉친구를. 평생 소꿉친구 그 이상으로 볼 일이 없을 남자아이를. 사랑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그 아이를 사랑해버렸다.

 

네가 행복해진다면, 나는 친구여도 좋아. 가능하면 너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옆에서 네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아. 나는 네가 행복하길 바라고 있어.

 

치카라는 다이치 선배가 정말 좋은가보네.”

, 정말로 좋아.”

 

좋아. 너무 좋아. 몇 번이고 뿌듯한 얼굴로 수줍게 웃으며 고백을 거듭 말하는 치카라를 보며 나도 따라 웃는다.

 

나도 정말로 좋아해, 치카라.’

 

나는 짝사랑을 하고 있다.

상대는 동아리 선배를 짝사랑하는 소꿉친구의 남자아이.

 

 

 

평일 드림 전력 ; DOLCE / 제 18회 주제 : 짝사랑하는 너를 짝사랑한다 / 하이큐!! 엔노시타 치카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