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明麗月
[DOLCE/하이큐/다이이드] 밤인사 본문
+ 사회인 사와무라 다이치 학생 드림주 AU +
늦은 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몸을 기대고 책을 읽고 있으려니 달그락하는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온다. 책을 내려놓고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약간의 시간을 두고서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와, 그렇게 말하면 천천히 문이 열리고 작은 소녀가 수줍게 고개를 빼꼼 내민다.
|
[ 드림 평일 전력 ; DOLCE ] |
조금 큰 잠옷을 입고서 베개를 껴안고 문 너머에서 쭈뼛거리는 소녀를 향해 가볍게 손짓한다. 소녀의 불안에 가득 찬 얼굴이 금세 꽃이 피듯 화악하고 밝아지더니 이내 종종걸음으로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다. 이불을 들추고 몸을 옆으로 옮겨 자리를 만들어주면 소녀는 그 안으로 쏙 하니 들어가 눕는다. 소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면 기쁜 듯이 눈을 감는 것이 금방이라도 골골거리는 소리를 낼 것만 같았다. 한번 턱을 간질여볼까. 문득 떠오른 엉뚱한 상상에 웃음을 터트리면 무슨 일인가 하고 소녀가 한쪽 눈을 뜨고 자신을 올려다본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여 속이면 소녀는 다시 눈을 감고 손에 머리를 부빈다. 계속해서 해달라는 것처럼.
상당히 정을 들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
사와무라 다이치가 초대면의 이름도 모르는 소녀를 주운 것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이었다.
그날은 운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이었다. 전철까지 가는 길에 신발끈은 두 번이나 풀렸다. 전철은 자신의 눈 앞에서 출발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티켓이 바람에 날려가 찾을 수 없는 바람에 새로운 티켓을 사야만 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사기 위해 향한 편의점에서는 텅 빈 매대만을 보고 돌아왔고, 커피를 뽑아 마시려 한 자판기 앞에서는 10엔을 자판기 아래로 떨어트린 바람에 아무것도 마시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날따라 전화기는 불이 붙은 듯 쉴 새 없이 울렸으며 복사기는 중간에 돌연 고장났다. 완전히 아비규환인 상황에서 넘어지려는 상사와 엉켜 넘어졌더니 자신의 손에는 상사가 그렇게 숨기고 싶어하던 가발이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 덕에 심기가 불편한 상사에게 많은 일을 떠맡겨졌고, 겨우 일을 마치는가 싶더니 자신이 담당하는 후배가 미스를 일으켜 야근까지 해버렸다. 그런 안 좋은 일에 안 좋은 일만 겹쳐 일어나던 날.
그런 날에 사와무라 다이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서 소녀를 만났다.
+
어미를 잃은 새끼처럼 주저앉아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인 아이. 번호도 집 주소도 자신의 이름도, 무엇 하나 말하지 않고 고개만 젓던 아이였다. 순경을 부르려고 하자 팔을 붙잡고 고개만 흔들던 아이였다.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자신이 전화를 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비척이며 일어난 아이를 붙잡고나서야 아이에게 열이 있는 것을 눈치채서 집으로 끌어들여 하루를 재웠다. 그날 저녁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를 설득해 집에 돌려보낼 작정이었다만. 집만큼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말하는 아이를 내보낼 수 없어 맘이 풀릴 떄 까지 머무르라며 자신의 집에 둔지도 이미 몇 달. 짧다면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초대면인 아이와 남자가 서로를 알아가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길을 잃은 미아처럼, 사람의 손을 두려워하는 길고양이처럼 눈치를 보고 바들바들 떨기만 했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자신의 집 마냥 편하게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비오는 쓰레기장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작은 길고양이는 이제 완전히 집고양이가 된 모양이다.
+
이드. 작은 나의 고양이.
+
소녀가 집에 오고 나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밥보다 약간의 잠을 선택하던 사와무라는 반드시 아침을 차리게 되었다. 간단하게 때우던 점심에는 편의점 도시락 대신 소녀가 만들어 준 도시락이 놓였다. 필요한 것 이외에는 두지 않았던 삭막한 집에 이것저것 놓여졌다. 남자 혼자 살림에 여자아이의 물건이 하나 둘 늘었다. 집을 나갈 때와 들어갈 때, 인사를 하면 받아주는 사람이 생겼다.
“사와무라씨, 이제 자는거야?”
“응.”
책을 덮고 이불 안으로 들어서자 소녀가 바짝 자신에게 다가왔다. 목에 팔을 두르고 바짝 다가와 안기는 소녀를 감싸 안으면 소녀가 가볍게 웃고는 등을 토닥인다. 토닥토닥, 일정한 리듬에 맞추어 잔잔하게 두드리는 손은 자그마하면서도 따뜻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와무라씨, 오늘도 힘냈네요~”
옳지 옳지, 착하다 착하다. 어린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소녀가 자신을 어른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등을 토닥여주기도 하고, 힘주어 꽉 안아주기도 하면서, 소녀는 자신의 하루를 칭찬해주는 것이다. 수고했습니다. 많이 힘냈네요. 참 잘했어요. 자그마한 손으로 큼직한 남성을 어르고 달래는 광경은 제 삼자가 보기에 제법 우스운 광경이 아닐까.
이러한 행위 또한 소녀가 오고 나서 생긴 것 중 하나.
+
밤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소녀는 자신의 방으로 찾아온다. 그리고선 서로 껴안고 침대 위를 뒹굴뒹굴 구르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는 단 한조각의 욕정도 음흉한 속셈도 없다. 단순하고 간단한, 손수한 정과 애정으로 이루어지는 일과. 느긋하고 편안한 평화를 만끽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오늘도 고생이 많았습니다. 내일도 힘내요. 누군가가 오늘의 자신을 인정해주고 긍정해준다. 누군가의 오늘을 칭찬하고 사랑한다.
그것은 두 명만의 기이한 밤의 인사.
+
격려 이외에도 시답잖은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 보면 소녀가 크게 하품을 한다. 이미 밤이 한참 늦었다는 표시. 하품을 한 소녀가 잠투정을 하듯 머리를 가슴에 파묻으면 그것으로 오늘의 인사는 종료. 테이블에 놓인 스위치로 방의 불을 끄고 소녀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이불을 잘 여며준다. 머리를 토닥이며 잠을 재촉하면 소녀가 이쪽을 보며 헤실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히 주무세요.”
안녕히 주무세요. 오늘도 좋은 꿈을 꾸면 좋겠네요.
+
완전히 잠에 빠져 색색 숨을 내쉬는 그녀를 바라본다. 장난삼아 코를 살짝 잡으면 그녀가 숨 쉬기가 어려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가볍게 신음소리를 낸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녀가 깨기 전에 코에서 손을 떼고 등을 토닥이면 다시 편안한 숨소리를 내며 온기를 찾아 품으로 파고든다. 그런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넘기고선 드러난 흰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춘다.
“잘자, 이드.”
이 밤의 인사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비밀.
평일 드림 전력 ; DOLCE / 제 45회 주제 : 밤인사 /하이큐!! 사와무라 다이치 드림
'전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DOLCE/하이큐/엔노시타] 170회 : 난 또, 내가 네게 뭐라도 되는 줄 알았다 (0) | 2017.12.14 |
|---|---|
| [수호천사/하이큐/이츠엔노] 어긋나다 (0) | 2016.11.06 |
| [DOLCE/하이큐/엔노이츠] Trick or Treat (0) | 2016.10.27 |
| [수호천사/테니프리/료마딤지] 속마음 (0) | 2016.07.03 |
| [DOLCE/쿠로바스/엔노아키] 짝사랑하는 너를 짝사랑한다 (0) | 201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