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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明麗月

[수호천사/테니프리/료마딤지] 속마음 본문

전력

[수호천사/테니프리/료마딤지] 속마음

YeoWol 2016. 7. 3. 22:57

어째서 나의 말은 너를 상처입히는 것일까.

마음이란 것이 형체가 있는 것이라면 좋겠어. 그러면 나의 속마음을, 진심을 그대로 너에게 건네줄텐데.

가시투성이의 말에 감싸지 않은 그대로의 마음을 너에게 보여줄 수 있을텐데.

 

 

 

 

드림 전력 당신의 수호천사

제 126회 주제 : 속마음

에치젠 료마 x 딤지 르마노프

 

 

 

 

 

하아...”

 

부 활동을 시작하고부터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키쿠마루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쉬는 료마를 바라보았다. 부실에 올 때부터 죽상을 하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한 우울한 분위기를 뿌리며 들어오긴 했는데. , 꼬마가 종종 기분이 나쁜 채로 오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오늘도 그렇게나 좋아하는 테니스 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냐...’

 

도통 테니스에도 집중하지 못하다 서브를 놓쳐버리질 않나, 워크 도중에 갑자기 멈춰서질 않나. 옆에서 걸려오는 자랑에 신랄한 대답도 하지 않고 건성으로 흘려버리고. 심지어 벌칙으로 이누이즙을 마시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목격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서야─이누이즙이 뒤바뀐걸까 의심하고 입을 댔던 모모는 장렬하게 전사했다─ 그는 사태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꼬마, 무슨 고민 있어?”

꼬마 아니에요.”

 

우울한 와중에도 이 부분만큼은 놓치지 않는구만. 키쿠마루가 부루퉁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료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선배에게 말해봐! 가슴을 펴고 주먹으로 몇 번 두드리면서 대답을 기다리는 키쿠마루였지만, 료마는 징그럽다는 듯 팔을 풀려고 할 뿐이었다.

 

아무 일도 없는데ㅇ─으븝.

에엑. 꼬맹이, 그 얼굴 그 표정 그 행동으로 아무것도 없다는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거짓말은 나쁜 거야~ 특히 하늘같은 선배에게는 아주 아주 나쁜 거라고! 키쿠마루가 료마의 볼을 쿡쿡 찌르며 치근거렸다. 그러지 말고 말해봐 봐! 또 고양이 잃어버렸어? 숙제 안 해 온 거야? 선생님께 혼났어? 구매부 빵 쟁탈전에 실패했어? 아니면 아버지랑 테니스 해서 어마어마한 점수차로 깨발렸어? 아니면

 

딤지랑 또 싸운거냥?”

 

움찔. 눈에 띄게 동요하는 료마의 모습을 보며 키쿠마루가 한숨을 내쉬었다. ,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말이야. 충분히 짐작은 갔지만 말이야. 귀여운 후배를 위해 쓸 데 없는 오지랖을 부리자 마음먹은 키쿠마루가 료마의 머리를 헝클었다.

 

...부부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고 하는데냐. 나 너무 착한거 같다냐.

 

요번에 또 뭘 잘못한거냐? 분명 꼬마가 잘못한거겠지냐. 얼른 사과하는 게 좋다냐.”

“...왜 제 잘못이라고 단정 짓는 건데요.”

그야 꼬마는 말하는 게 서투르니까냐. 전과가 어엄청 있으니 발뺌은 안돼냐.”

 

빨리 화해하는 게 무엇보다도 좋은 거니까. 테니스는 잘하면서 여심, 아니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는 서투르기 짝이 없는 후배를 구원하기 위해 키쿠마루가 료마를 채근했다. 답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말에 료마가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풀어 나온 이야기를 들은 키쿠마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꼬마. 너 바보냐?”

“...?”

아니, 후배를 의심하는 건 나쁜거라고 후지가 그랬다냐. 다시 말하겠다냐. 꼬마는 바보다냐. 그것도 어엄청난 바보다냐.”

 

키쿠마루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 료마의 머리를 잡아 꾹 눌렀다. 지금 진심으로 네가 뭘 잘못했는건지 모르고 있는 거라면 진짜 구제불능인거다. 변명이고 반박이고 됐으니까 입 다물고 반성이나 좀 해라.

 

자기 여자 친구한테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다라던가 너한테 말할 이유가 없다라던가 말하는 바보 멍청이가 어디 있냐!!!!

 그 자리에서 뺨맞고 뻥하니 차여도 할 말이 없다냐!!! 딤지가 그러지 않은 것에 대해 신께 감사해라냐─!!!”

 

바보! 바보! 바보!! 평소에도 바보라고 생각했지만 여기까지 바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냐!! 두 팔을 뻗어 주먹으로 등을 두들기면서 키쿠마루가 소리쳤다. 아니 세상에, 남자친구의 경기를 보러가고 싶은데 왜 날짜도 장소도 경기를 한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느냐고 묻는 여자 친구에게 한 대답이 저따위라니! 세상에 하느님! 저런 놈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 이유는 뭐죠!! 저런 놈도 여자 친구가 있는데! 저런 놈도!!

 

그렇지만, 누나는 자기 일이 아닌데도 너무 신경 쓰다가 다쳐버린다고요. 그거 싫단 말이예요.”

그 러 면 그 사 실 을 말 하 라 냐 ! ! !

 

화내는 것도 질릴 지경이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키쿠마루가 료마의 옆에 주저앉았다. 솔직하게 속마음을 말해주면 좋을 텐데. 나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이 날 너무 걱정하다가 다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고. 누나의 일로 다치는 것도 가슴 아픈데 나 때문에 다치는 건 더더욱 심장이 아프고,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게 된다고. 그래서 조금 미움을 받더라도 누나가 다치지 않는 걸 보고 싶다고.

 

시무룩하니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자신의 후배를 바라보았다. 이미 후회로 가득 얼룩져 있는 것을 보니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 것이겠지.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뿌리칠 기력도 없는 건지 그저 하지마세요, 란 볼멘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이런 부분은 귀엽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 후배에게 그 단어가 칭찬이 될 리는 없겠지만.

 

솔직하지 못 한 게 꼬마의 특징이지만, 딤지한테는 조금쯤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게 좋다냐.”

알아요. 알고 있는데, 그게 잘 안돼요.”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데.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전하고 싶은 말은 잔뜩 비틀려 가시가 되어 튀어나온다. 부드럽고 여린 살에 박혀 상처를 내고, 눈물을 흘리게 만들어버린다. 좋아하는 만큼 소중히 여겨주고 싶은데. 가장 좋아하는 웃는 모습만 보고 싶은데. 기쁜 일만 가득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어째서일까. 어째서 잘 안되는걸까.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연습할 때에는 어떠한 낯간지러운 문장도, 부끄러운 칭찬도, 대담한 고백도 전부 할 수 있는데. 누나를 눈앞에 둔 순간 그것들은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백지가 되어버리고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굳어버린 혀는 삐걱대며 엉망진창이 된 말들을 내뱉고, 뱉어진 말은 주워 담지 못할 만큼 산산조각이 나 심장에 박힌다.

 

그러면 편지는 어떠냐?”

 

그러니까 요컨대 딤지만 보면 너무 두근두근해서 제대로 말을 못하겠다는 말이잖아. 료마가 고개를 저으며 격렬히 부정하는 것을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며 키쿠마루가 웃었다. 아니아니아니, 꼬마가 딤지를 좋아하고 딤지가 꼬마를 좋아한다는 그거. 테니스부에는 이미 공공연하게 쫙 퍼져있는 사실인걸. 솔직히 두 명이 서로가 너무 좋아 껌뻑 죽는다는 사실은 두 사람만 모르지 나머지는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다냐. 그런 건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들어야 하는 거라 아무도 이야기해주고 있지 않지만 말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리얼충 두 명이 지금 이상으로 노닥노닥거리는게 싫은 탓도 있지만.

 

그래서 키쿠마루는 료마에게 말을 표현할 다른 수단을 건네었다. 말로 하는게 힘들다면 글로 표현하면 된다. 메일이나 라인도 좋지만 자신의 마음을 천천히 정리하고 하고 싶은 말을 골라 다듬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편지만 못하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자신의 마음을 다듬은 손편지라면, 요 바보 꼬마도 조금쯤은 자신의 속마음을 말할 수 있겠지.

 

부끄러울지도 모른다냐. 창피할지도 모른다냐. 그렇지만이대로 말하지 않는게 더 싫지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료마의 머리를 크게 헤집으며 키쿠마루가 웃었다.

 

아아, 정말 손이 많이 가는 귀여운 후배님이라니까.

 

 

 

 

 

+

 

한밤중. 아버지도 노리코 누나도, 카르핀도 모두 잠이 든 시각. 스탠드 불빛에 의존하며 료마는 책상에 놓인 옅은 노란 색의 편지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자신 때문에 울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에게 보내는 전서.

 

근계, 친애하는...으로 시작했다가, 지웠다가. 날씨 이야기를 꺼냈다가, 또다시 지워버렸다가. 몇 번의 겉치레와 예의를 차린 문구를 떠올리고, 쓰고, 그어버리고, 지워버리며 망쳐버린 편지지만 수 장. 포기할까. 한숨과 함께 책상에 엎드리면 오늘 몇 번이고 다짐시키던 선배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큰 건 필요없다냐. 그냥 솔직한 진심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할거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써보자.”

 

단순한 자신은 어떻게 해야 좋은 편지를 쓸 수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런 의례에 매달리지 말도록 하자.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던 속마음을. 자존심과 부끄러움에 져 드러내지 못했던 진심을. 엉망진창일지도 모르고 서투를지도 모르지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 그렇게 생각하며 료마가 놓아버린 펜을 다시 들었다.

 

자신의 속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기를. 가시를 걷어낸 진심이 소녀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드림 전력 「당신의 수호천사」 / 제 126회 주제 : 속마음 / 테니스의 왕자님 에치젠 료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