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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明麗月

[엔노리리] 神隠し 본문

Dream

[엔노리리] 神隠し

YeoWol 2016. 12. 25. 00:00

 소년은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神隠

 

 

 소년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한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만족하는 아이였다. 그런 소년에게 있어 부모의 손에 이끌려 방문한 자그마한 낯선 땅은, 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물지도 그 자체였다. 소년이 난생 처음 가 본 조모의 집. 자그마한 마을. 푸른 산이 뒤에 있고 고양이가 길가에서 낮잠을 하는 시골마을. 완전히 기대감에 부풀은 소년은 조모에게 인사를 마치자마자, 어머니가 엄마 아빠는 할머니랑 할 말이 있으니까, 라고, 채 말을 끝맺기 전에 놀다 오겠다며 달음박질을 쳤다. 멀리까지 나가면 안된다고 이야기하는 부모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산쪽으로는 가지 말라는 조모의 말을 듣지 못하고 달려나간 산 속에서, 지극히 당연히도 소년은 길을 잃어버렸다.

 

 그것을 눈치 챘던 것은 숲 깊은 곳에서 발견한 꽃밭에서 꽃을 충분히 땄을 때였다. 자그마하고 예쁜 꽃을 한아름 따서 화관을 엮고, 어머니에게 드리면 기뻐할 것 같다고 생각해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 자신이 만든 것을 보여주려고 발을 디뎠을 때. 온통 나무로 빽빽한 산 속에서, 소년은 자신이 어느 길로 온 것인지를 전혀 모르겠다고 깨달았던 것이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푸르고 활기찬 숲은 순식간에 음침하고 두려운 것으로 바뀌었다. 생김새가 우스웠던 나무는 자신을 쳐다보는 괴물처럼 보였다. 노래하는 새의 소리는 자신을 위협하는 무언가의 소리로만 들렸고, 시원하게 나뭇잎을 헤치던 바람은 자신을 해치는 누군가의 접근을 알리는 것만 같았다. 어찌 할 줄을 모르고 울며울며 무작정 걷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발이 아파 주저앉은 소년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있었다.

 

길을 잃었니?”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는 작은 사당이 있었다. 산 속 깊은 곳에 놓여져 이끼가 조금 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런 조용하고 쓸쓸한 사당. 찾는 이 하나 없고, 기억하는 이 하나 없을, 그런 사당에 소녀가 한명,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녀는 사당에 앉아있었다. 자못 오만한 듯이 한쪽 무릎을 세우고 작은 사당의 지붕에 앉아있는 그 모습은 불경한 짓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자연스럽고 신성해보였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소녀가 살풋 웃더니 가벼이 뛰어내려 소년을 향해 다가왔다. 소녀가 걸을 때 마다 치링, 하고 존재하지 않는 방울의 소리가 났다. 소년의 앞에 다다른 소녀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이 산에 들어오면 아니 된다고, 어른이 가르쳐주지 않던?”

 

 소년의 눈가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소녀가 말을 이었다. 산에 가면, 행방불명(神隠)이 된다고, 그렇게 어른들이 말하지 않더니. 소년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너무 즐거워서 부모의 말도 할머니의 말도 듣지 않은 채 뛰어나왔다는 소년의 설명을 들은 소녀가 재미있다는 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쁜 아이구나.

 

 나는 나쁘지 않은걸. 부루퉁한 얼굴로 볼멘소리를 하는 소년을 바라보며 소녀가 소리내어 웃었다. 미안해, 너는 나쁘지 않아. 귀여운 무언가를 보는 것처럼 소년을 내려다보던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숲 밖으로 데려다줄게.

 

이 숲은 신이 살고 있는 곳이라서, 함부로 오면 위험해.”

 

 소년의 손을 잡고 앞서 걸으며 소녀가 말했다.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고 있을거야. 이곳의 길을 알고 있다는 듯 소녀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재잘거리는 소녀의 손은 따뜻했음에도 어딘가 이질적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너는 신이니? 소년의 물음에 소녀가 멈춰 서서 소년을 뒤돌아보았다.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굳어진 소년을 바라보며, 소녀는 미소 지으며 되물었다. 그렇게 보이니?

 

다 왔어.”

 

 정말로 소녀가 말한대로, 아까 자신이 들어왔던 숲의 입구가 보였다. 많이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조금 걱정스러운 음색으로 말하는 소녀가 소년에게 손짓했다. 얼른 가보라는 그 행동에 몇걸음 발을 옮기던 소년이 멈춰서서 머뭇거리다 말을 건넸다. 너도 같이 가자. 소녀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런 소녀의 반응에 입을 떼려던 소년이 뒤에서 들리는 자신의 이름에 뒤를 돌아보았다. 여러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엄마랑 아빠다. 반가움에 미소를 지은 소년이 몸을 돌리려다 다시 소녀의 쪽으로 돌아서 소녀에게 다가왔다. 의아한 얼굴의 소녀의 머리에 소년이 자신이 쓰고 있던 화관을 벗어 씌워주었다. 고마워. 네게 줄게. 화관을 몇 번 만지작거리던 소녀가 작게 미소지었다. 고마워. 이번에야말로 몸을 돌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쪽으로 뛰어가려는 소년의 등 뒤에서, 소녀가 작게 속삭였다.

 

나는 신에게 숨겨진 사람이야.”

 

 ...소년이 뒤돌아보았을 때,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