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明麗月
[夢/엔노드림] 안녕, 아네모네 본문
갑갑하다. 자꾸만 올라가는 손에 자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말쑥한 정장을 입을 기회는 바로 최근까지 학생이었던 자신에게는 거의 없었던 탓일까. 교복 와이셔츠랑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기분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다른 것인지.
끝까지 채운 단추가 문제인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꽉 조여 맨 넥타이가 문제인 것일까, 목이 지독히도 갑갑하게 느껴졌다. 풀고 싶어. 적당히 느슨하게 해 둘까... 그렇게 생각하고 손가락을 넣어 가볍게 잡아당겨보았지만, 어느 정도가 적당히인지, 그 정도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너무 느슨하다 못해 풀려버린 넥타이를 손에 쥐고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다. 다시 묶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벌써 이 과정만 몇 번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은 어떻게 묶어도 편하게 느끼지를 못하겠지. 결국 풀어버린 넥타이를 대충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넥타이를 풀었음에도 목은 여전히 꽉 쥐어진 듯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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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네모네 |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두리번거리다 문득 눈에 띈 거울을 들여다봤다. 뻣뻣하고 경직된 자세,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는 손,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뒤틀린 입가. 아, 전혀 멋지지 않네. 한 눈에 느껴지는 감상에 다시 한숨이 나왔다. 자신의 교복과 같은 새까만 색인데, 왜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것일까. 일단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을 만들려고 집게손가락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는 표정을 지어보여도 위화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가쿠란을 입어왔던 자신에게는 그야, 낯선 광경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색하지 않아도 괜찮을텐데. 만일 학교 교복이 가쿠란이 아닌 블레이저였다면, 조금은 정장이 어울렸을까. 익숙한 듯 입고 서 있을 수 있었을까.
‘적어도 이런 나무 막대기 같은 어색하고 어색한 모습은 하지 않았을지도.’
거울 속의 자신은 양 손가락이 떨어진 뒤에도 여전히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
“하아...”
오늘 들어 한숨만 도대체 몇 번을 내쉬는 건지. 새하얀 문 앞에 서서 얼굴을 쓸어내렸다. 노크를 할까, 말까. 지나가던 낯익은 사람이 두드린 등이 쓰라렸다. 너무 긴장한 거 아니냐!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내 때는 말이지~ 하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것을 도망가지도 못하고 붙잡혀 들었더니 피곤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직 식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 정체 모를 갑갑함도 ‘결혼식에 너무 긴장한 풋내기’로 취급할 수 있는 그 심정은 도저히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언제까지 여기에 서 있을 수 만은 없없기에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두 번의 노크소리 뒤 대답소리를 들으며 문고리를 돌렸다.
“치카라.”
새하얗게 눈부신,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의 첫사랑.
반가운 듯 나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정갈하게 땋여 틀어올린 검은 머리와, 그에 대비되는 어깨가 드러난 새하얀 웨딩드레스. 자연스러우면서도 가장 어울리게 베풀어진 화장. 밝은 조명 아래에서 뺨을 물들인 채 그녀가 감탄의 환호성을 울렸다.
“멋있어라! 귀여운 꼬마신랑이네, 치카라!”
“멋있는 거야, 귀여운 거야?”
“둘 다!”
함박웃음을 짓는 그녀가 더 귀엽다고 말하고 싶은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이 돌이 하나 늘어난 듯 답답했고, 아무것도 묶이지 않았을 목이 꽉 죄여왔다. 오늘의 당신이 너무 예뻐서, 너무 눈부셔서, 그래서 입을 열면 그대로 말은 울음으로 바뀌어 쏟아져 내릴 것 같아서,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손만 꽉 쥐며 어설프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머, 멋있게 입어놓고 여기만 이러면 어떻해.”
엉망진창인 목 부근을 발견한 그녀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타이, 가지고 있지? 주머니 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던 넥타이를 꺼내서 그녀의 손 위에 올려놓으면, 그녀가 익숙한 듯 매듭을 맺기 시작했다. 네가 내 옆에 서 있을 거잖아. 그러면 제일 멋진 모습으로 서 있어야지. 사진은 평생 남고, 추억도 평생 남을 건데, 나중에 부끄러워해도 난 모른다. 재잘거리면서 맺는 손은 섬세했다. 어쩌면 나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잘 맺는 게 아닐까. 너무 꽉 조이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매어진 타이를 만지며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수줍게 웃으며 비밀이야기를 하듯 목소리를 낮췄다.
“잘 매지? 열심히 연습했어.”
출근할 때, 넥타이 골라주고 매주는 거. 별 거 아닌 것 같을지 몰라도 해보고 싶었거든. 그냥 아침에 헤어지기 그 짧은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내가 매준다고 하면 아침에 붙어있어도 될 좋은 구실도 되고... 조금이라도 더 사랑스러운 신부라고 생각해줄 지도 모르고.
“사실은 나아중에 밝히려고 했는데.”
누구씨가 결혼식 전에 긴장을 너무 해서 칠칠지 못 한 차림을 하는 바람에 일찍 밝혀버렸네. 옷깃을 툭툭 치던 그녀 손을 붙잡았다. 이대로 손을 잡고 멀리멀리 달려가버릴까. 두 팔로 그녀를 꼭 껴안아 올리고, 아무도 찾지 않을 먼 곳으로.
“그런거 안 해도 누나는 충분히 사랑스러워.”
그렇지만 그녀의 손을 잡을 상대는 내가 아니니까.
“그럴까?”
“응. 내가 보장할게.”
그도 그럴게, 당신의 옆에서 아주 오랫동안 봐 온 나인걸. 이것만큼은 가슴을 펴고 큰 소리로 장담할 수 있었다. 당신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눈부시고, 언제나 곁에서 손을 뻗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그래서 나는 고백 한 번 하지 못했지만 펑펑 울며 그리워할 정도로 눈부신 사랑을 했노라고.
탁자 위에 놓인 부케를 집어 들었다. 아네모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화사하고 예쁜 부케. 그것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그녀로 있는 마지막 순간을,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그 순간을 눈에 오롯이 담아두기 위해. 분명히 이 이후로는 눈물로 흐려져 제대로 볼 수 없을 테니까.
"예쁘다."
눈을 깜빡이면 고여 있던 눈물이 방울져 떨어져 내렸다. 이건 너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야. 소중한 누나의, 정말 좋아하는 누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남동생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흘리는 눈물이야. 그렇게 다짐하며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도, 방금 전 까지도 수없이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올려가며 연습했던 미소를 짓고, 축복의 말을.
“결혼 축하해, 누나.”
나는 잘 웃을 수 있었을까?
아네모네 : 기대, 기다림, 사랑의 괴로움, 허무한 사랑,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사랑의 쓴맛, 속절없는 사랑, 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저의 모든 것을 드릴게요.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비록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이큐 / 엔노시타드림 / 엔노시타 치카라 x nameless / 안녕, 아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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