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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明麗月

[夢/스가리리+이츠] White Tulip 본문

Dream

[夢/스가리리+이츠] White Tulip

YeoWol 2016. 2. 24. 23:55

 

 "응, 착하지... 입, 벌려?"

 

  시키는 대로 작게 입을 벌리는 나의 백합의 턱을 가볍게 잡아 올린다. 은하수를 닮았다고 했던 은회색의 눈 안에 오롯이 자신이 담기는 것을 바라보며 다른 한손으로 그녀의 입술을 쓸었다. 거스러미 하나 없이, 부드럽고 매끄러운 입술. 그런 입술을 살짝 누르며 미소지었다.

 

 

 

White Tulip

스가와라 코시 x 시라하나 리리 x 시미노라 이츠키

 

 

 

"정말 고마워, 잇쨩."

 

 

  유리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많이 말하면 립이 다 지워질거야. 그렇게 말하면 유리는 그러면 새로 발라줄거잖아? 라며 웃는다. 물론, 당연히. 너를 가장 아름답게 꾸미는 역할을, 다른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으니까.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배워두었던 화장이 이런 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덕분에 나는 내 손으로 너를 가장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었다. 네가 가장 빛나는 그 순간을, 독점할 수 있었다. 그와 나가는 데이트에도, 중요한 행사에 나갈 때에도, 너와 나에게 특별한 날에. 나는 너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자부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돈을 주고 메이크업을 구하더라도, 나의 백합을 나보다 아름답게 치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그치만 잇쨩, 오늘은 치마가 아니네."

 

"응,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오히려 백팔십이 가까운 남자의 여장은 이상하지 않아? 라고 물으면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잇쨩은 귀여워! 아니 지금은 귀엽기보다 요염...? 깨끗...? 어쨌건 예뻐! 그렇게 말하며 손을 파닥이는 백합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새었다. 그야 그럴수밖에. 나는 춤을 추는 무용인인걸. 이미 너를 뛰어넘어 커져버린 키, 네 손을 감쌀 수 있는 커진 손.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골격. 그렇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남자가 되지는 못한, 어중간한 위치의 외모. 그런 외모인 덕에 나는 그 누구보다 네 곁에 가까이 있을 수 있었고, 그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여성스러운 차림을 할 수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남자의 옷을 입는 것을 선택했다. 남자가 신부의 곁을 지키는 들러리라는 사실에 주위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까 두려웠지만, 그래도 나는 너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나'로 있고 싶었다. 전통 무용가 '시미노라 이츠키'가 아니라, 시라하나 리리의 친구 '잇쨩'으로 있고 싶었다. 여자의 모습도 남자의 모습도 전부 받아들여준 너의 곁에, 아무것도 숨기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고 싶었다.

 

 

"유리, 오늘의 유리는 세상에서 제일 예뻐."

 

"그건 잇쨩 때문이네."

 

"글쎄. 그렇지만 사랑하는 소녀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잖아."

 

"엣."

 

"사랑하는 소녀의 가장 행복한 날인걸. 예쁘지 않을리가 없어."

 

"잇쨩, 부끄러워...!"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떠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에 손을 댄다. 청초하면서도 아름답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신부를 만들기 위해. 가벼운 펄감이 있는 아이섀도우를 바르며 본 그녀의 얼굴은 사실 손을 대지 않더라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감은 눈. 떨리는 눈썹. 발그레 물든 뺨. 살짝 열린 붉은 입술. 금방이라도 볼을 잡고 그 입술을 탐하고 싶은, 그런 사랑스러운 신부의 얼굴. 은발의 그녀석도 결혼식의 종반에,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보게 되겠지. 제일 처음을 빼앗아간 것에 만족하며 속으로 혀를 내밀었다. 흥이다. 내가 제일 먼저 봤어, 바아보.

 

 

"유리이─ 어쩌지, 유리가 너무 예뻐서 스가와라군에게 주고싶지 않은걸─"

 

"앗 어쩌지이─ 사랑의 도피라도 할까?"

 

"그럴까나? 너무 아까운데. 아무한테도 주기 싫은데. 내가 확 채버릴까나?"

 

 

  거짓말쟁이. 네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었다면 나의 에고에 따라와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넌 네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구와 같이 평생을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잖아. 안타깝지만 나는 너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기에, 지금은 물러날게. 네가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게된다면─ 이야기는 다르게 되겠지만.

 

 

"유리, 그럴일이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만일 스가와라군이 너를 슬프게하면, 나에게 와."

 

"잇쨩에게?"

 

"응. 유리가 괴롭다면, 슬프다면, 선택을 후회한다면─ 그러면 내가 유리를 채갈테니까."

 

"후훗, 잇쨩은 상냥하구나."

 

"유리 한정이야."

 

 

  사랑하는 나의 백합. 나는 네가 행복하길 바래.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져서, 언제나 웃고 있었으면 해. 그리고 그 행복한 순간에 내가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아이가 태어나고, 걸음마를 하고, 학교에 입학을 하고, 반항기를 거치고, 독립을 하고, 반려를 만나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울고 웃고, 괴로워하고 행복해하는 너를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로서 지켜보고 싶어.

 

  이것은 사랑일까? 사랑이 아닌걸까. 나는 백합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해.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늘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알아. 나에게서 너를 떠나보내는거야.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못하거든. 내가 네 곁에 있다면 나는 너를 망쳐버릴거야. 그렇게 망가진 행복도 행복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늪이야. 달콤하고 아찔한, 헤어나올 수 없는 질척한 늪. 나는 그런건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 너의 등을 떠밀어줄게. 나의 사랑스러운 백합을, 나에게서 졸업시키는거야.

 

 

"잇쨩, 잇쨩. 부케는 잇쨩이 받아줬으면 좋겠어. 받아줄래?"

 

"물론, 나의 백합이 원한다면."

 

 

  부케 속에 섞인 새하얀 튤립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너와 마주 보고 웃는다.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백합. 나의 백합은 오늘, 하얀 꽃이 아닌 푸른 들이 된다.